'현대제철 제2공장 폐쇄'속살, 정부 뒷짐에 중국 철강만 웃었다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11-14 09: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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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국내 철강, 중국산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
'중국 때리기' 미국 옳았다,"정치분열 보다 국론모아야"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현대제철의 포항 제2공장 폐쇄 결정과 관련, 메가경제 점검 결과 정부와 정치권의 전향적 태세 전환이 없다면 국내 철강산업이 존립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산 저가 철강의 거세지는 공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국내 철강 산업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및 여야 정치권이 국론을 모아 중국산 저가 철강 반덤핑 규제 등 강력한 보호 조치를 통해 국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 폐쇄를 결정하고 직원들에게 이를 통보했다. 포항 2공장은 원료부터 제강, 압연까지 이어지는 철강 생산 공정의 핵심 시설로, 그동안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맞서 가동률을 낮춰 버텨왔으나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픽사베이

현대제철 관계자는 메가경제와 통화에서 “공장 폐쇄를 검토 중이다. 회사 차원에서 이미 결정된 사안이고 곧 직원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폐쇄 결정은 현대제철 외에도 국내 철강 산업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더군다나 중국산 저가 철강에 대한 위협은 일찍이 경고했으나, 정부가 이를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 산업도 중국산 저가 철강의 덤핑 공세에 시달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우리 정부와 달리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피해를 줄여가고 있다. 

중국의 보조금과 정책 지원으로 인해 철강 분야에서 과잉생산 구조가 고착화되고, 저가 공세로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돼 공장 폐쇄 및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산업의 근간인 철강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이에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 4월 17일 중국 철강에 ‘슈퍼 301조’를 발동하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기 위해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현행 7.5%에서 3배 수준인 25%까지 올리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칠레, 멕시코 심지어 친중 국가로 분류되던 브라질마저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인상에 나섰다. 유럽 대다수 국가도 미국과 마찬가지로중국의 우회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튀르키예·베트남 등 신흥 공업국가들도 중국산 철강 등 우회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거나 관련 조사를 시작하는 등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일본도 9월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기준을 강화하면서 ‘중국산 철강 때리기’에 동참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도 대응에 뒤쳐져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중국은 자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철강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저가 공세’를 통해 세계적인 공급 과잉을 야기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철강 수요는 9억 3000만 톤인 반면, 생산량은 10억 2,000만 톤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의 철강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590만 톤(36%) 급증한 상태이다. 여기에 미국발 수입 제한까지 겹칠 경우 글로벌 공급 과잉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당시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이 감소하거나 중단될 경우, 중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로 ‘밀어내기 수출’에 나설 수 있다고 정부의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심지어 현대제철은 지난 7월 말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우리 산업통산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했다. 이는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미국의 중국산 철강 수입 제한에 따른 국내 철강사들의 대미 수출에 ‘반사이익’도 현실상 불가능했다. 한미 양국이 쿼터제를 운용 중인 만큼 수출 확대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량은 ‘쿼터 축소’ 여파로 2015~2017년 연평균 383만 톤에서 2021년 200만 톤대로 줄어든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이라도 국내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을 통해 국내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국내 철강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포항 2공장 폐쇄는 국내 철강 산업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다”며 “중국 저가 철강이 2차 소재마저 장악하기 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정치적 공방을 잠시 미루고, 국내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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