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상반기 8000억원 이상 규모...'10%' 타겟 ROE
금융지주사들 "주주 위한 기업가치 제고 의도" 일성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최근 4대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소각을 위해 신탁을 해지하거나 임원들의 주식을 환원하는 등 주주환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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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사. [사진= 각 사 제공, 메가경제 편집] |
이는 지난 1월 정부가 내놓은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주주행동주의에 나서 기업 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시장의 자율성에 따라 '부담스러운 밸류업 정책'이라는 평가가 굳어져 가던 지주사들이 동시다발 마치 약속이나 하듯 자사주 소각한 것을 공시에 올린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7월말부터 최근 사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주요 지주사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을 한 내용을 잇따라 공시했다. 이는 주요지주사들 중심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주주환원 계획을 밝힌 후 이행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지주 밸류업 정책을 위한 키워드로는 ROE(자기자본이익률) 제고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ROE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고 주주환원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통해 ROE 10%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수익성 향상과 자본 관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먼저 밸류업 공시의 첫 주자였던 KB금융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주목받는다. 지난 14일 8000억원 규모를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이사회 통해 결의했다. KB금융은 앞서 지난 7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998만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는 총 8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상반기 4000억원의 자사수 매입·소각에 이어 두 번째 주주환원책이다. KB금융은 올해 벌써 1조5000억원이 넘는 자사주를 소각했다.
아울러 KB금융은 오는 4분기 발표할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ROE 제고 방안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KB금융의 ROE 관리 목표치는 10%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1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 “지속적으로 ROE 10%를 내기 위해 펀더멘탈을 관리하면서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며 “앞으로 전체적으로 최소한 명목 성장이 되고 수익이 창출된다면 가급적 많은 부분을 주주 환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KB금융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넉넉한 자본 비율의 기반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밸류업 정책을 할 때 중요한 지표는 ‘자본이익’과 ‘자본비용’을 꼽는다.
신한금융도 밸류업 정책을 위해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26일 ‘10·50·50 기업가치 제고 계획’으로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하고 오는 2027년까지 주식수 5000만주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앞으로 3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단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지난 7일 공시했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연말까지 주식수를 5억주 미만으로, 2027년 말까지 4억5000만주 이하로 감축해 주당 가치를 제고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주당 현금배당과 배당 규모를 매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도 자사주 소각 및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는 19일 자사주 511만주(약 3000억원)를 소각하고 주당 600원 규모의 분기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우리금융도 지난 25일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중장기 밸류업 목표를 '보통주자본비율 기반 주주환원 역량 제고'로 설정했다. 세부적으로 ▲지속가능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보통주자본비율 13% ▲총주주환원율 50% 등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총주주환원율은 보통주자본비율 12.5~13.0% 구간에서는 40%까지, 13.0% 초과 시에는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내년까지 12.5%를 조기 달성해 주주환원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해외 기업설명회(IR)에도 집중해 올해 상반기 기록한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 4.6%포인트 상승 모멘텀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각 주요 지주·은행들이 마치 경쟁하듯이 다트에 약 3000억원 정도의 비슷한 규모로 자사주 소각에 나선 것을 공시한 모습은 금융권 전체 경쟁화 자극을 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일종의 밸류업 주도권을 노려 정부에게 어필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례로 KB금융이 상장기업 중 처음으로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공시를 지난 5월 처음 예고한 게 타 경쟁지주사들 및 기업들에게 ‘밸류업’ 정책 선호 심리를 자극해 플랜 속도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간 금융권은 타 산업, 제조업 등의 기업과 달리 밸류업 정책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왔는데, 정부가 밀어붙이자, 금융사들도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밸류업 정책은 정치나 관치에 많이 노출된 산업에 효과가 크다”며 “세제 혜택까지 더해지면 금융업이 이번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기에 주도권 기업이 좀더 정부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부터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금융지주사들에 주주환원 압력을 넣어왔었다”라며 “4대 금융지주사 시가총액 증가는 정부 정책이 이슈가 되면서 시장이 반응한 측면도 있고 실제로 밸류업 효과가 어느 정도로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앞서 지난 12일 선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법인세(주주환원 증가 금액의 5%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세(배당소득 저율 분리과세), 상속세(기업상속공제 대상한도 2배 확대) 등 세제 혜택을 발표한 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밸류업 주도권에 대한 경쟁화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에 금융지주사들은 기업가치 제고 노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은 지난 10년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업계 최초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분기 배당을 도입했다”며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면서 주주환원 노력도 병행 중”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정부 정책에 발맞추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이다”라며 “다만 7분기 연속으로 자사주 소각을 해온 만큼 정부 정책에 구색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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