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소포 국제우편물 신고 닷새 간 2000건 넘었다…'브러싱 스캠'에 무게‧테러가능성도 대비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3-07-24 11: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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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울산 시작으로 신고 폭주…당국 “폭발물·유해물질 확인 사례는 없어”
24일 오전 5시까지 총 2141건…경기 668건으로 최다, 서울은 530건
경찰, 2141건 중 679건 수거 조사중…대부분 대만발, 말레이·우즈벡발도
2020년 ‘씨앗 소포’ 사건과 동일한 주소…‘브러싱 스캠’ 가능성 주목
소방 "개봉 말고 즉시 신고"…경찰 "'CHUNGHWA POST' 표시 우편 봉투 주의"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수상한 국제우편물 신고가 첫 신고 후 닷새째에 2000건을 넘어섰다.


경찰청은 수상한 우편물을 해외에서 받았다는 신고가 24일 오전 5시까지 전국에서 모두 214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배달된 소포에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시작으로 유사한 신고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23일) 오전 5시까지의 신고건수(1904건)보다 하루 새 237건이 늘어났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2058건)보다는 83건 추가됐다. 83 건 중 34건은 수거됐고 49건은 오인 신고였다.
 

▲ 지난 20일 울산 동구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독극물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를 소방대원이 확인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주말과 휴일에도 전국적으로 주문하지 않은 소포가 배달됐다는 신고나 오인 신고가 폭주하면서 군·경·소방 등은 폭발물 처리반까지 동원해 삼엄한 경비 속에 내용물을 확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당국은 온라인 쇼핑몰의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브러싱 스캠’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 가능성 등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수상한 국제우편물로 신고된 2141건 중 679건을 수거해 조사 중이다. 나머지 1462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668건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서울 530건, 경북 101건, 인천 107건, 충남 97건, 전북 85건 순이었다.

이외에도 대구 78건, 충북 73건, 부사 72건, 대전 71건, 광주 59건, 전남 58건, 울산 53건, 경남 38건, 강원 30건, 제주 12건, 세종 9건 등 전국에서 신고가 잇따랐다.

현재까지 폭발물이나 유해 물질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 우편물 포장지 안은 비어 있거나, 립밤 등이 담긴 경우도 있었다.

수상한 소포의 대부분은 대만발이었지만, 말레이시아나 우즈베키스탄에서 발송된 우편물도 일부 신고됐다.

▲ 대만발 의심 소포 겉모습. [경찰청 제공=연합뉴스]

주한 대만대표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안을 즉각 우리 재정부관무서(대만의 세관 업무 기구)에 통보해 조사를 진행토록 했다”며 “조사 결과 해당 소포는 중국에서 최초 발송돼 대만을 중간 경유한 후 한국으로 최종 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대만대표부는 이상의 조사 결과와 관련 자료를 즉각 한국 경찰 및 유관 기관에 공유했고, 현재 양국의 관련 부처는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일 울산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관계자 3명이 노란색 비닐봉지에 담긴 소포를 열어본 뒤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이 수상한 소포는 국방과학연구소 정밀 검사에서 별다른 유해 물질은 검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국민들에게 정체불명의 소포에 대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경찰 등은 지금까지 전국에서 배달된 수상한 소포들의 정체와 관련해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아무에게나 발송한 뒤 수신자로 가장해 상품 리뷰를 올리는 방식으로 온라인 쇼핑몰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들이 리뷰나 구매량이 많은 제품을 선호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수법이다.

이번 소포들을 브러싱 스캠으로 보는 이유는 대만발 우편물의 발송지 주소가 2020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정체불명의 씨앗이 배달돼 논란을 일으켰던 우편물 발송지 주소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20년 당시 미국 정부는 “브러싱 스캠 외 다른 행위로 볼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또, 우편물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점, 상당수 우편물의 포장 안에 물건이 들어있지 않은 점 등도 브러싱 스캠을 의심하게 하고 있다.

▲ 지난 23일 강원 강릉시 교동 강릉우편집중국에서 경찰 및 육군,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의심 해외우편물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경찰은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관계 당국의 성분분석 결과에 따라 수사 착수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대만 등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발송 경위와 목적 등도 파악할 방침이다.

소포 유통을 관리하는 유관 기관에서도 긴급 대책을 가동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유사한 형태의 국제우편물 반입을 일시 중단하기로 하는 한편, 이미 국내에 반입된 국제 우편물은 안정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배달한다는 방침이다.

또, 관세청은 지난 21일부터 국제우편물과 특송물품(해외 배송 택배)에 대한 긴급 통관을 강화했다.

관세청은 경찰 등에 신고된 우편물과 발신자·발송지 정보가 같거나 유사한 국제 우편물·특송화물은 즉시 통관을 보류하기로 했으며, 엑스레이 검사 결과 내용물이 없는 ‘스캠 화물’로 확인되면 반송한다는 방침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외국에서 주문하지 않은 우편물을 받는 경우 개봉하지 말고 즉시 112나 119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에 ‘CHUNGHWA POST’, 발신지로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이 적힌 소포를 발견하면 열어보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나 112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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