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규모 농협·신한 400~500명이상 ↑
하나·우리은행도 "30대 연령대상 확대"
비대면 전환 시대...비용절감·효율화 속도
인사적체현상 지속 '역피라미드'심화 불가피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은행권이 지난해 연말을 기해 희망퇴직 대상자를 확대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새해 들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10년 이상 근무한 1969·1970년생 직원들 대상으로 연령대를 낮춘 점이 눈에 띈다. 올해는 먼저단행한 일부 시중은행들의 퇴직규모수가 예년수준보다 소폭 늘어난 측면을 보여 짐 싸서 나가는 직원들이 25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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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희망퇴직을 본격화 한 가운데 올해에는 퇴직규모수가 예년에 비해 소폭 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일 은행권과 메가경제 취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지난해 11월 NH농협은행에 이어 12월 13일 신한은행, 12월 26일 KB국민은행 등이 잇달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2일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다.
NH농협과 신한은행은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56세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청받았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에는 44세 이상이 대상자였으나 3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퇴직금 지급은 농협은행의 경우 만 56세에 해당하는 직원에게 28개월치 월 평균 임금을, 일반 직원은 최대 20개월치의 월 평균 임금을 각각 지급한다. 신한은행 퇴직금은 월 평균 임금의 7~31월분으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에는 1972년생까지 신청을 받았으나 올해는 1974년생까지로 대상을 넓혔으며, 기능직도 포함시킨 점이 눈길을 끈다. 퇴직금 규모는 전년 30개월에서 31개월로 소폭 상향했다.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6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퇴직금은 연령에 따라 최대 24~31개월 치 평균 임금을 받는다. 이는 지난해 초 진행된 희망퇴직과 같은 조건이다. 1969년 하반기생~1972년생은 특별퇴직금 외에 자녀 학자금, 의료비, 전직 지원금 등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은 1979년생(만 45세) 이상으로 정규직 입행 후 10년 이상 재직한 직원이다. 퇴직이 결정되면 1969년생은 19개월분, 이후 출생자는 31개월분의 평균 임금을 특별 퇴직금으로 각각 받게 된다. 이와 별도로 자녀 대학교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비 등도 받는다. 퇴직금 규모는 작년 대비 소폭 줄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968년생에게 24개월분, 1969년 이후 출생자에게 31개월분의 평균 임금을 각각 지급했다.
매년 정례화된 은행권의 희망퇴직이지만, 주목받는 점은 해가 갈수록 연령대상자를 대폭 낮춰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30대 이상 은행원들은 정년보다 일찍 짐을 싸서 제2의 삶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 빨리 오게 됐다. 이는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행업무가 대부분 비대면 전환으로 바뀌면서 사측은 경영·인력 구조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안에 시중은행들의 희망퇴직 접수가 모두 끝날 시 총 2000~3000명 규모의 은행원들이 자리를 떠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희망퇴직을 실시한 NH농협은행의 경우 신청 접수한 규모는 450명 가까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은 533명으로 집계된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예년에 비해(300~400명) 비슷한 수준에서 소폭 상향한 수치이며, 신한은행은 4년 간 실시한 희망퇴직 인원 중 지난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지난달 31일 희망퇴직 접수를 끝낸 KB국민은행은 아직 희망퇴직 신청수가 집계되지 않았으나, 약 400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머지 은행들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235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1인당 평균 퇴직금 3억5500만원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문제는 주요 은행의 인력은 '역피라미드' 구조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은행들이 '점포 줄이기'에 나서면서 인력 감축 속도가 가팔라졌다는 점도 보탠다. 일반직원보다 책임자급 이상 임원들이 많아 인사 적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도 터져 나온다. 명예퇴직만으로 만성이 된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은행 한 관계자는 "인력 구조가 피라미드형이 되어야 하는데 점점 역피라미드형 또는 항아리형 구조로 심화되고 있다"며 "2014년 이후 계속 은행들은 인사적체를 겪어왔으며, 현재는 1969년생 임원들이 다수 포진돼 있어 승진 대상 간부들에 대한 인사적체도 심화되는 등 점점 은행 조직들은 늙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들은 "디지털 시대에 따른 은행들의 조직변화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한 해소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경영 상 어려움이나 영업 환경 변화에 따른 구조조정은 계속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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