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향년 89세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2-26 17: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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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언론인·작가·교수 등으로 활약...암과 싸우며 말년까지 집필
문화정책의 기틀 마련...'축소지향의 일본인'서 일본 문화 날카롭게 분석

‘시대의 지성’이 졌다.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낸 이여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끝에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유족 측은 고인이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이날 밝혔다.

  

고인의 장례는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3월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일 오전 8시 30분이다.

 
▲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26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사진은 2020년 1월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광화문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신 지정학으로 본 한반도의 미래'(한중일 문화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특별강연하는 고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20대 초반에 문단 원로들의 권위 의식을 질타한 ‘우상의 파괴’를 1956년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발표하며 평단에 데뷔했다.

문학의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동아시아 문화를 분석한 연구자이기도 했다.

1982년 일본어로 발간된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문화 연구자로서 내놓은 저서 중 대표작으로 꼽힌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쥘부채, 주먹밥, 문고본, 분재, 휴대용 카메라와 라디오 등 일본 문화 구조를 '축소'라는 주제어로 살펴 현지 언론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불어로도 번역된 이 책은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고인은 6공화국 때 문화공보부가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되면서 1990년 출범한 문화부의 초대 장관에 임명됐다.

문화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화부를 이끈 고인은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전통공방촌 건립, 도서관업무 이관 등 4대 사업으로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대본을 집필했던 고인은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해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고인은 2006년 저서 '디지로그'를 통해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세상을 말하며 비빔밥과 같은 우리 문화와 정서에서 조화의 힘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인은 또 개신교 신앙을 고백한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를 출간하면서 저술 활동 50년 만에 새로운 내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에서 검사로 활동하다 개신교 신앙을 갖게 된 딸 이민아 씨에게 닥친 암과 실명 위기, 손자의 질병 등을 겪으면서 세례를 받기도 했다.

고인은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저서 집필에 마지막 힘을 쏟았다.

고인은 자신을 ‘이야기꾼’이라 칭하며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탐구하는 마지막 저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집필에 몰두해왔다. 12권으로 계획한 시리즈 중 지난해 2월 첫 권인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했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호적상 1934년생)한 고인은 부여고를 나와 서울대와 동(同)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0년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면서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72∼73년에는 경향신문 파리특파원으로 활동했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를, 1995년부터 2001년까지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2011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됐다.‘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0)를 비롯해 ‘축소지향의 일본인’(1984), ‘이것이 한국이다’(1986),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디지로그’(2006),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생명이 자본이다’(2013) 등 수많은 저서를 펴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백석대학교 교수가 있다. <자료출처=연합뉴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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