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 "이젠 6%도 가능권"... S공포 태풍권 접어드나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4 17: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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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서 석달만에 5%대로...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
석유류 등 공업제품·외식 등 서비스가 상승 견인
생활물가 6.7%↑...농산물·석유류 제외 근원물가 4.1%↑
정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 2.2%를 상향조정할 듯
윤석열 정부 첫 시험대 '물가안정' 대두...대응 정책수단 주목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 넘게 뛰어올랐다. 5%를 넘을 거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제트기류에 올라타기라도 한 듯 상승세가 빠르고 가파르다. 이제 6%대도 가능권에 접어들었다.  

3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4%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7%가 상승했다.
 

▲ 2022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 [통계청 제공]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은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셈이다. 

작년 1월 0.9%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금석지감이다. 작년 10월(3.2%) 3%대에 진입한 뒤 올해 2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을 보이던 물가 상승률은 3월(4.1%), 4월(4.8%) 두 달간 4%를 기록한 이후 바로 5%대 중반으로 뛰어올랐다.

전월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0.7%를 기록할 만큼 가파른 상승세다.

▲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통계청 제공]

기획재정부는 전년 동월 대비 5월 소비자물가 상승요인으로 농축수산물의 오름세 확대와 함께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외식 등 개인서비스 상승세가 지속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업제품(가공식품, 석유류 등)의 물가 기여도는 2.86%포인트로 전체 물가 상승률의 절반에 달했다. 개인서비스(외식, 외식 제외) 기여도는 1.57%포인트였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상승분이 전체 물가 상승률의 82%를 차지한 것이다.

▲ 품목성질별 등락률 및 기여도. [통계청 제공]

공업제품은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8.3% 올라 2008년 10월(9.1%)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34.8%이나 급상승했다.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LPG(26.0%)가 모두 치솟았다.

이 중 경유는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4월 1.48%p에서 5월 1.50%p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동향. [통계청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부분 금수조치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가공식품도 전년 동월 대비 7.6% 올랐다. 물가기여도가 4월 0.62%p에서 0.65%p로 높아졌다. 밀가루(26.0%)와 식용유(22.7%)는 20% 넘게 상승했고 빵도 9.1% 올랐다.

▲ 주요 등락품목. [통계청 제공]

개인서비스는 ‘외식’(7.4%)과 ‘외식 제외’(3.5%)가 모두 올라 5.1%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2월(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 기여도가 외식은 4월 0.84%p에서 5월 0.94%p로, ‘외식 제외’는 0.57%p에서 0.63%p로 확대됐다.

개인서비스 중 전년 동월 대비 외식 물가 상승률은 7.4%였다.

외식 중에도 갈비탕(12.2%), 생선회(10.7%), 치킨(10.9%)이 많이 올랐다. 수요가 증가한데다 재료비, 배달비 등 운영경비가 줄줄이 상승한 탓이다.

‘외식 제외’ 중에선 보험서비스료(14.8%), 공동주택관리비(4.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률 추이. [통계청 제공]

최근 주춤하던 농축수산물도 1년 전보다 4.2% 상승해 전월(1.9%)보다 오름폭을 확대했다. 생산비용 증가 및 수입품 가격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물가기여도도 4월 0.17%포인트(p)에서 5월엔 0.37%p로 올랐다.

농산물은 0.6% 내렸지만, 축산물이 12.1%, 수산물은 2.7% 각각 올랐다.

농산물 중에선 포도(27.0%), 배추(24.0%), 감자(32.1%)가 많이 올랐고, 축산물 중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국산 쇠고기(2.7%) 가격이 뛰었다.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른 영향이다.

전기·가스·수도는 전기요금이 4월에 오르고 가스요금도 4월과 5월 잇따라 상승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9.6% 상승률을 보였다.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2.6% 상승했다.

전기료와 도시가스료가 나란히 11.0%씩 상승했고 상수도료도 3.5% 올랐다. 집세는 2.0%, 공공서비스는 0.7% 각각 올랐다.지출목적별로 보면, 교통(14.5%), 식료품·비주류음료(6.0%), 음식·숙박(7.3%), 주택·수도·전기·연료(5.0%), 기타 상품·서비스(5.3%), 가정용품·가사서비스(5.4%)가 1년 전보다 5~6% 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전월 대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가 1.2%, 음식·숙박이 0.9%, 주택·수도·전기·연료가 0.7%가 올랐다.
▲ 생활물가지수 동향. [통계청 제공]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7% 올랐다.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1.0%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체 458개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지수다.

 

▲ 월별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 동향. [통계청 제공]


농산물과 석유류 제외 지수인 근원물가 상승률은 4.1%로 2009년 4월(4.2%) 이후 최고치다. 전월 대비로는 0.7% 올랐다.

근원물가 지수는 계절적인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상승률로 전체 458개 품목 중 곡물 외의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401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보다 2.0% 하락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2.5% 상승했다. 신선어개는 1년 전보다 2.5%, 신선채소는 0.1%, 신선과실은 4.8% 올랐다.

 

▲ 신선식품지수 동향. [통계청 제공]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어개(생선・해산물),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지수다.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7%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6% 올랐다.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자신의 소유주택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해 얻는 서비스에 대해 지불한 비용(자가주거비)을 포함하여 작성하는 지수다.

5월 지역별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강원(6.7%), 경북(6.4%), 제주(6.3%), 전남(6.2%), 충북(6.0%), 충남(6.0%)은 전년 동월 대비 6% 이상 올랐고, 대구, 인천 등 9개 지역은 5.2~5.8%, 부산은 5.0%, 서울은 4.5% 각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5월 소비자물가는 4월(4.8%)보다 상승폭이 0.6%포인트 확대됐다. 현재의 흐름이라면 5%대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지출목적별 등락률 및 기여도. [통계청 제공]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6월 물가는 전월 대비로 0.4% 이상 하락하지 않는 한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4.3%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 2.2%를 제시했으나, 조만간 발표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4.5%로 전망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2%로 내다봤다.

각 가정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는 수치로 나타나는 소비자물가보다 훨씬 높다. 채소 몇 단만 사도 몇만 원을 훌쩍 넘는 물가에 장바구니는 하루가 다르게 가벼워지고 있다.

▲ 3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선 6%대 물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6월이나 7월 중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내외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 역시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실 국민 입장에서 5%, 6% 그런 숫자가 큰 의미가 없다. 국민이 겪는 물가는 그것보다 높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2%대 중후반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아직은 스태크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고 글자 그대로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기는 둔화하는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화하는 현 상황을 일종의 전조로 해석하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3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지방선거로 국정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많다'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가 있다"면서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물가 안정 여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역량의 첫 시험대가 됐다. 새 정부가 통화, 금융, 세금, 환율 등 어떤 정책수단과 묘책을 동원해 생활·밥상 물가를 안정시키고 소비자 가격 인하로 국민의 여망에 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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