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비밀' 암흑물질·중성미자 밝힐 지하 1000m 실험실 '예미랩' 준공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10-05 20:23:42
IBS 지하실험연구단, 우주선 간섭 막기 위해 깊은 땅속에 건설
강원도 정선 예미산 지하에 구축…세계 6위급 3000㎡ 규모

강원도 정선의 1000m 지하에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세계 6위급 지하실험 시설이 들어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5일 강원도 정선군 예미랩 지상연구실에서 ‘예미랩’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예미랩 준공식에는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 김진태 강원도지사, 기초과학연구원 노도영 원장 등 정부‧유관기관‧학계 인사와 지역 주민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 지하실험실 '예미랩' 개요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예미랩은 정선군 예미산 지하 1000m에 위치한 고심도 지하실험시설로, 지난 2020년 8월 지하터널 공사를 완공한 데 이어, 지난달 차세대 대용량 검출기 인프라 구축 공사와 지상연구실 구조변경을 완료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김영덕 단장)은 그동안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지하 700m 아래 300㎡ 규모 양양실험실에서 실험을 해왔으나, 연구시설의 깊이와 크기 모두 한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달 예미랩이 완공됨에 따라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세계 6위급(면적 기준) 지하실험시설에서 본격적으로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예미랩 면적은 총 3000㎡ 규모로, 10개 이상의 독립적 실험이 가능한 구조다.


연구단은 새 연구시설이 구축됨에 따라 향후 세계적 연구그룹과 경쟁할 만한 연구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시설에는 IBS의 실험장비 뿐 아니라 다른 연구기관들의 장비들도 설치될 예정이어서 국내외 협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예미랩 현장사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암흑물질 검출과 중성미자 질량 측정은 우주의 기원과 물질의 존재를 이해하는데 관건으로 여겨진다. 암흑물질의 존재와 중성미자의 특징을 밝히는 연구는 세계 물리학계에서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고 있다. 현대물리학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만큼 노벨물리학상 0순위 후보로도 거론된다.

암흑물질(dark matter)이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물질로, 우주에너지의 약 2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중성미자(neutrino)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가운데 가장 가벼운 입자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전하를 띠지 않고, 다른 물질과도 약한 상호작용만 하기 때문에 관측이 힘들어 '유령 입자'로 불린다.

현재까지는 중성미자에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 세 종류가 있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하지만 중성미자의 정확한 질량과 기존에 알려진 세 종류 외에 ‘비활성 중성미자’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은 미지의 영역이다.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는 포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주선(우주로부터 지구로 날아오는 방사선) 등 배경잡음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연구 환경이 필수적이다. 잡음이 적으면 그만큼 암흑물질의 신호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세계적 연구그룹들은 경쟁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 연구시설을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예미랩 지하실험시설 중 실험구역, 인승용 케이지, 지상 연구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예미랩 완공을 계기로 내년부터 양양실험실의 실험장비를 이전해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AMoRE-II) 연구와 암흑물질탐색(COSINE-200) 연구 등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 실험은 몰리브덴을 이용해 중성미자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로, 양양에서 수행된 실험(AMoRE-1)에 이어 예미랩에서는 몰리브덴 결정 크기를 기존 6kg에서 200kg까지 키워 진행할 예정이다.

암흑물질탐색은 지구로 날아온 암흑물질과 코사인(COSINE) 검출기 내 결정(아이오딘화나트륨, NaI)의 충돌 과정에서 암흑물질의 흔적을 탐색한다.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윔프(WIMP) 입자에 대한 연구 성과를 2018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하여 세계 물리학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의 윔프는 액시온(AXION), '비활성 중성미자'와 함께 암흑물질이 될 수 있는 주요 후보 물질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외에도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다른 기관과 예미랩을 공동 활용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국가 지진 관측망 구축과 지진관측장비 성능검증을 위한 실험실을 조성 중이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심부 암반의 거동연구, 지하공간의 특성 평가와 모니터링, 안정성 연구 등을 위해 예미랩을 활용하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경북대학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과도 공동 활용을 추진 중이다.

지하실험 연구단은 국내 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미국 중성미자 연구단체(IsoDAR) 등 해외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 세계 주요 고심도 지하실험시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축사에서 “특정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거대 연구시설이 세계적인 연구 성과 창출에 필수적”이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우리나라 기초과학 역량을 높이기 위해 거대 연구시설에 대한 투자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 차관은 또 “세계 6번째 규모의 지하실험 연구시설인 예미랩에서 국내‧외 연구자들이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더욱 세계적인 연구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은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예미랩이 잘 구축되어 기쁜 마음이며, 예미랩의 공동 활용을 활성화하여, 다양한 국가 과학기술 분야의 성과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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