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CJ제일제당 공룡들 힘겨루기, 양사 득실은

김형규 / 기사승인 : 2023-06-13 17: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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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반년째 납품가 두고 기 싸움…CJ, '반 쿠팡 연대' 구축
쿠팡, 중소‧중견 업체 상생 전략…소비자 선택 폭 확대 효과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납품가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반년에 걸쳐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두 회사 간 힘겨루기로 쿠팡과 거래하는 중소‧중견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쿠팡을 벗어난 CJ제일제당의 판로 확장이 본격화되자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 (왼쪽부터) 쿠팡, CJ제일제당 각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최근 쿠팡은 지난 1월부터 5월 사이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 업체의 즉석밥 제품이 50배~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중소·중견 업체의 즉석국과 냉동만두 판매량도 같은 기간 6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특정 카테고리에서 이어진 쿠팡 협력사들의 약진이 CJ제일제당 제품 공급 중단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CJ제일제당은 쿠팡과 납품가를 둘러싼 갈등을 겪다 지난해 말부터 즉석밥 등 일부 제품을 쿠팡에서 공급하지 않고 있다.


 
▲ 1~5월 쿠팡 내 판매량 성장을 보인 중견 식품 업체들 [이미지=쿠팡]

 

실제 쿠팡은 지난 11일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식품시장에서 수십 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쿠팡은 사실상 CJ제일제당을 '독과점 식품기업'으로 지목하며 비판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또한 즉석밥 시장 점유율 60%에 달하는 브랜드 '햇반' 등 CJ제일제당의 빈자리를 중소‧중견 협력사들과 상생하며 메꿀 수 있다는 쿠팡의 자신감으로도 보인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당사가 함께 하고 싶은 협력사는 규모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가장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기업에 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중소‧중견 업체들이 공정한 판매 환경에서 고객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쿠팡이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을 통한 공급을 제한하는 동시에 판로를 공격적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반(反) 쿠팡 연대'가 구축되고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러한 흐름에 소비자는 더욱 다양한 플랫폼에서 CJ제일제당의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특히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 등 신세계그룹사와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인 'K-스트리트 푸드'와 '케어푸드' 등 주요 신제품을 신세계 플랫폼에서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 CJ제일제당과 신세계 유통 3사의 협업 로고 및 슬로건 [이미지=CJ제일제당]

 

이에 더해 CJ제일제당은 컬리와 티몬 등 쿠팡의 이커머스 경쟁사들과도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티몬과 협력해 온라인 올인데이와 동시에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팝업스토어 행사는 티몬이 먼저 제안했으나 CJ제일제당이 팝업 준비와 운영 비용 등을 모두 부담하며 적극적으로 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컬리와는 가공식품과 가정간편식(HMR) 등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컬리 온리' 제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컬리는 대규모 새벽 배송 물류망을 구축한 몇 안 되는 기업으로 쿠팡의 대표적인 경쟁사 중 하나다.

CJ제일제당은 자사의 이러한 판로 확대 행보가 반 쿠팡 연대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과의 협력 등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오던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어 판로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새로 손잡은 플랫폼 협력사들 역시 쿠팡을 의식하기보다는 꾸준히 준비해온 협업의 결과물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는 수년간 꾸준히 거래를 이어왔었다"며 "판매를 크게 늘린다기보다는 상품 개발 등의 협업을 추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쿠팡과 대립 중인 CJ제일제당의 움직임이 과거 LG생활건강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등 제품 판매에 대해 쿠팡과 갈등을 빚다가 지난 2019년 자사 제품들을 이 플랫폼에서 철수했다. 동시에 LG생활건강은 쿠팡을 대규포유통업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후 LG생활건강은 G마켓, 11번가 등 쿠팡의 이커머스 경쟁사로 활로를 개척하며 반 쿠팡 연합이라는 평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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