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에 러 진출 K기업...'예의 주시' 속 대책 마련에 분주

김형규 / 기사승인 : 2022-03-04 18: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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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휴대폰 'FDPR 예외'로 현대차‧삼성 한숨 돌려
오리온 러시아 법인 "원재료 3개월 치 확보 중"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러시아 현지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러시아 시장에서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삼성전자, 오리온 등 국내 대기업들은 아직 피해가 구체화되지 않은 가운데 향후 사태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러시아 수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가 더 능동적인 자세로 외교·경제적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현대차그룹 러시아 현지 공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앞서 2011년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 23만 대 생산 규모의 현지 공장을 운영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시장 내 점유율 역시 현지 제조사인 라다의 뒤를 이어 기아와 현대차가 각각 2·3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반도체 부품 수급난의 여파로 지난 1일부터 오는 5일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에 더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루블화 가치가 30%가량 하락하고, 국제 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부품 선적이 멈추게 되자 대(對) 러시아 수출길이 막힌 국산차 업계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를 생산한다 해도 루블화 폭락의 영향으로 현지 시장 규모가 작아지면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며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물량의 40%를 자동차·자동차부품이 차지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 업체들의 경우 1~2개월만 비용을 못 받아도 흑자 부도를 겪게 될 수 있다”며 “비단 자동차 업계만이 아니더라도 여러 분야 기업들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외교·경제적 대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 수출 선적을 기다리는 국산 완성차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국산 스마트폰 역시 자동차 못지않게 러시아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수출 품목이다.

IT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0%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샤오미가 23%, 애플이 13%로 각각 2·3위에 올랐다.

미국 매체 CNBC는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최근 애플의 러시아 내 제품 판매 중단 발표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애플의 결정이 러시아 시장 내 13%라는 낮은 점유율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타룬 파탁 리서치 디렉터는 “전쟁으로 인해 시장 판도가 바뀌며 휴대전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재고가 제한적이고 배송이 중단된 가운데 러시아를 둘러싼 제재가 가속화되면서 업체들이 확실한 전략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제 관계가 얽힌 민감한 사안이라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못하는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통계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한편, 자동차 시장에서는 GM과 볼보가, IT시장은 애플이 러시아 수출 중지를 발표하며 업계에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 러시아 무역 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FDPR 적용 대상에서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의 일반 소비재를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는 업계 반응이 나온다.

FDPR은 제3국이 미국의 기술·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때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무역 조치다. 자동차·휴대전화 등은 FDPR에 포함되는 항목이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재는 예외로 인정돼 수출 제재에서 대상에서 벗어났다.

러시아에서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오리온도 이번 사태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오리온의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는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인 11종이 현지 생산·판매되고 있다.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현지 법인 매출이 1170억 원을 기록하며 1993년 첫 러시아 시장 진출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트베리 크립쪼바에서 신공장을 완공하고 파이·비스킷 등 제품군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러시아 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인 ‘스위프트’ 결제망 퇴출 결정과 루블화 급락으로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자 현지 서민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늘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오리온을 비롯한 국내 식품 기업들의 러시아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는 우려가 나왔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러시아 법인이 현지에서 생산판매를 모두 운영하는 방식이라 아직은 영향이 없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재료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는 있지만 현재 3개월 분량은 비축해두고 있고 중국 법인에서 확보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오리온 러시아 매장 진열 모습 [오리온 제공]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러시아 현지의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현재 별다른 피해가 보고되지는 않고 있다”며 “현대차기아의 경우도 아직은 별 문제 없다는 얘기가 들리고 대부분 기업 규모가 있어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오히려 판매 법인 등으로 현지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에서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 2조 원 규모의 긴급 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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