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설계사 단속 강화하지만 방지책 여전히 허술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대형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보험사기에 대거 연루됐다. 신한라이프와 DB생명 설계사 등은 각각 교통사기, 허위 진단서 등으로 등록이 취소됐고 한화손해보험 설계사는 180일간 영업이 정지됐다.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행위에 연루된 설계사들에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방지책은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 내 보험사기대응단과 보험영업검사실, 생명보험검사국은 보험대리점(GA)과 생명보험사에 대한 검사를 통해 보험사 전속설계사 15명과 GA 설계사 41명에 대해 등록취소, 영업정지, 과태료 등의 무더기 제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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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신한라이프, DB생명, 한화손해보험 사옥 [사진=각사] |
신한라이프 전 보험설계사 2명은 교통사고를 위장해 허위 진단서 등으로 보험금을 타내 등록이 취소됐다. 전 보험설계사 A씨는 2018년 6월부터 2019년 2월 기간 중 고의로 사고를 유발했음에도 진정한 교통사고인 것처럼 위장해 사고 신고를 하는 방법 등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6개 보험사로부터 13회에 걸쳐 보험금 4126만원을 편취했다. 전 보험설계사 B씨도 C씨가 2015년 12월 스키장에서 고의로 다쳤음에도 우연히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2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2100만원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해당 설계사들은 이미 퇴직한 상태다"라며 "설계사 사기예방을 위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준법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GA 소속 설계사들의 사기행각도 드러났다. 에즈금융서비스 설계사는 2019년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위장한 뒤 사고로 신고해 보험금 2000여만원을 타냈다. 한국지에이금융서비스 설계사는 2020년 아들이 차를 몰다가 횡단보도 차량 진입 방지턱을 들이받아 발생한 사고를 익산-포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로 꾸며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허위의 병원 진단서를 이용해 보험금을 타낸 설계사도 당국에 적발됐다. DB생명 설계사 A씨는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경미한 질병인데도 2014년 5월부터 2014년 6월 중 한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후 보험금을 청구해 보험금 270만원을 편취해 등록이 취소됐다. 삼성생명 설계사는 입원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한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의 입퇴원 확인서 등을 발급받아 제출해 보험금 97만원을 편취해 업무정지 90일 처분을 받았다. 한화손보 설계사는 의사의 진료없이 충격파 치료를 받았음에도 충격파 치료 등을 받은 것처럼 허위의 진료확인서 등을 발급받아 233만원을 챙겨 업무정지 180일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금을 취득할 자, 그 밖에 보험계약에 관해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보험사기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보험 설계사들은 골프 홀인원 보험도 사기에 이용했다. 삼성화재 설계사는 홀인원 축하 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취소했는데도 이 비용을 지출한 것처럼 가짜 카드 영수증을 제출해 보험금 500만원을 타냈다가 적발돼 업무정지 90일 징계를 받았다. 현대해상과 드림라이프 보험대리점의 보험 설계사들, 유퍼스트보험마케팅 보험대리점과 인슈코아 소속이었던 보험 설계사들도 같은 수법으로 홀인원 보험금을 받았다가 업무정지 90일 등 처분을 받았다.
홀인원보험은 보험에 가입한 골퍼가 홀인원에 성공하면 기념품 구입, 축하 만찬, 축하 라운딩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상해주는 특약보험으로 가입비가 싸 수십만명이 가입해있다.
한편 설계사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보험 고객에 특별이익(보험료 대납)을 제공하거나 보험계약의 체결 및 모집에 관한 금지 규정도 어겨 징계를 받았다. 교보생명 설계사는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계좌 송금의 방법으로 총 135만원의 특별이익을 제공했고 한화생명 설계사 두명도 유사한 수법으로 업무정지 30일 처분을 받았다. 다른 한화생명 설계사는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보험계약자로부터 청약서에 자필서명을 받지 않고 서명을 대신한 사실이 확인돼 과태료 처분를 받았다.
리치앤코, 인카금융서비스, 지에이코리아 등 GA 소속 설계사들 41명은 보험사기로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이 중 설계사 8명이 등록취소를, 21명이 업무정지를 제재 받았다. 대부분 허위 카드 영수증을 제출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유발하는 방식이었다.
금융당국이 최근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사기 행위를 벌인 보험설계사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 방지책은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험사기에 가담한 설계사들의 자격을 즉각 중단하거나 가중 처벌할 개정 법안은 각종 현안에 밀려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보험사기 방지 일부 개정 법률안은 보험 설계사나 의료인 등 보험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보험사기를 저지를 경우 가중 처벌하거나 보험사기 알선·권유 행위자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6년 관련 법안이 제정된 후 진화하는 보험사기의 폐해를 막기 위해 수십 개의 개정안이 나왔지만 모두 폐기됐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총 13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험사기와 전쟁을 선포했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업계는 전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국회와 지속해 소통한다고 강조하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며"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법안 통과와는 별도로 설계사들에 대한 윤리준법 교육을 지속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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