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라면세점 임대료 25% 인하" 강제조정… 인천공항공사 강력 반발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5-09-09 14: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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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공사 "입찰가 높여 따낼 땐 언제고, 적자 나니 깎아달라?"
업계 "구조적 환경 고려해 임대료 현실화해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인천지방법원이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임대료 조정 신청 사건을 두고 "공사는 신라면세점 임대료를 25% 인하해야 한다"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연간 583억원 규모의 임대료 감액 결정에 인천공항공사는 강력 반발하며 즉시 이의신청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통해 체결한 계약을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공정한 계약 질서를 해치는 것"이라며 "이런 선례가 남으면 향후 면세점 입찰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인천공항 내 한 면세점. [사진=메가경제]

공항 면세점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최고가를 제시한 업체가 따내는 구조다. 실제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2019년 당시 경쟁사를 제치고 각각 연간 수천억원대의 높은 임대료를 약속하며 5년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 측의 입장은 명확하다. 경영난을 이유로 법원이 임대료를 낮춰준다면, 앞으로 누구나 높은 입찰가로 계약을 따낸 뒤 적자를 이유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입찰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신라·신세계 면세점의 입장을 고려해줄 경우, 당시 입찰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이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면세점 업계는 "예측 불가능한 팬데믹"이라는 불가항력을 내세운다. 코로나19는 그야말로 '블랙 스완'이었다. 중국 관광객이 사라지고, 국경이 봉쇄되고, 면세점 매출이 90% 이상 급락하는 상황을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느냐는 논리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팬데믹 당시 일부 임대인이 임차료를 인하해 상생한 사례들이 있었다"며 "법원의 조정 결정이 나온 만큼,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도 업계의 경영상 어려움을 감안한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정 역시 업계의 경영 현실을 고려해 공항공사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공사는 팬데믹 시기 정부의 국제선 일원화 조치로 면세점 영업이 중단된 경우, 임대료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양사에 50% 임대료를 감면했다. 당시 양사가 받은 감면액은 약 1조 1천억 원에 달한다.

한편 공사가 2주이내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신라측이 인지세를 납부하면 사안은 본격적인 민사소송으로 발전한다. 업계에서는 소송 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에 이어 신세계면세점도 동일한 취지의 임대료 조정 신청을 낸 상태여서 이번 주 내 유사한 강제조정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 신세계가 운영하는 주류·담배·화장품·향수 매장의 올해 임대료는 약 2347억원 규모다.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중국 관광객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910억원, 신세계면세점은 8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각각 163억원, 39억원의 적자를 냈다.

임대료 분쟁의 배경에는 면세점 업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4조원을 간신히 넘겼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과거 매출의 큰 축이었던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거래 중단과 중국 내 면세 시장 확장 정책, 강달러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력 저하가 업계를 직격했다. 여행객 수는 회복됐지만 객단가가 급감하는 '구조적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스마일 커브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돌아왔지만 돈은 안 쓰는 현상을 뜻한다.

업계는 또 ‘객당 고정 임대료’ 구조도 부담을 가중 시키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출국객 수에 따라 매월 임대료가 자동 산정되며, 이에따라 양사는 각각 월 150억 원 이상, 합산하면 월 30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여객 수가 많을수록 임대료가 늘어나지만, 소비 패턴이나 매출 실적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여객 수는 회복됐지만 매출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 임대료만 증가해 면세점 적자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면세점 업계는 생존을 위한 대대적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임원진 교체와 희망퇴직을 통한 비용절감은 물론, 개별관광객(FIT) 중심의 사업 전략 재조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 양사 모두 계약 중도 해지 시 1900억원씩의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대료 조정이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공사 측의 강력한 반발로 법정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면세점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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