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추진...지배구조 개편 ‘퍼즐 맞추기’에 촉각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4-13 15:36:12
정의선 지분 높은 현대ENG 상장, 승계 구도서 마지막 역할 맡나?
지배구조 개편 프리미엄 반영하면 몸값 10조?...현대건설 시총 2배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급으로 기대를 모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추진한다.

재계에서는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라 경영권 승계 퍼즐 맞추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 현대차그룹 정몽구(왼쪽)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사진=연합뉴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외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지난 2019년 현대오토에버 이후 2년여 만에 IPO 시장에 고개를 내밀었다.

현대엔지니어링(옛 현대종합기술개발)은 지난 1974년 설립된 현대건설의 우량 자회사로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기 전부터 수차례 상장설이 입에 오르내리던 회사다.

현대차그룹이 채권단 관리하에 놓여있던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배경에 정몽구·의선 부자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건설(38.6%)에 이어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그 뒤로 기아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9.3%씩 가지고 있으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도 4.7%를 보유 중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각각 23.29%, 6.71%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정의선 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오래전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 현대엔지니어링 계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2010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전했던 당시에도 경영권 승계 이슈가 제기된 바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현대차그룹과 혈투를 펼쳤던 현대그룹은 당시 주요 일간지 광고에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지 않겠습니다”, “시세차익을 노리지 않겠습니다”,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쓸 정도로 노골적인 비방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 광고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한다면 정몽구·의선 부자가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현대엠코와 합병을 통해 승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는 의도로 현대그룹의 여론전에 활용됐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 현대건설은 현대엠코를 합병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7조 1884억 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5.7% 성장을 달성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587억 원과 2791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6.6%, 6.5% 감소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화공·전력 등 플랜트사업과 주택·건축사업, 인프라사업 등으로 현대건설과 큰 차이가 없는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행) 회사다. 

 

▲ 출처=현대엔지니어링 사업보고서


지난해 플랜트/인프라 사업과 주택·건축사업의 매출 비중은 각각 45.5%, 43.5%를 기록해 균형을 이뤘다. 국내 사업 비중은 54.1%이며, 해외 플랜트/인프라 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33.8%를 차지했다. 수주잔고는 23조 1561억 원(해외 10조 217억 원, 국내 13조 1344억 원)이며,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공사 수주 잔액만 7573억 원이다.

이익잉여금은 2조 3009억 원에 달하며, 지난해 배당 총액은 1087억 원으로 전년과 동일하다. 다만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어 현금배당성향은 전년도 36.4%에서 지난해 63.3%로 크게 높아졌다.

이번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외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시세가 들썩이고 있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오후 3시 30분 현재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는 110만 원으로 전날보다 7.84%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8조 3549억 원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프리미엄을 반영하면 코스피 상장 시 시총 10조 원까지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에 현대엔지니어링 최대주주인 현대건설 주가는 13일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0.77%가 내리며 약세를 보였다. 시총은 5조 556억 원이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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