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있어도 복잡한 문의와 고객 피로 감당하는 건 상담사 몫”
“현행 노동조합법 상 원청 교섭 권리 없어...사용자 역할 미비”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저희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 6개월 단기 계약으로 불안한 고용환경에 떨고 있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상담사 처우개선을 직접 고용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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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는 오전 11시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하나은행 콜센터 상담사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노규호 기자] |
2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는 오전 11시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하나은행 콜센터 상담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김현주 든든한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손님들이 AI 상담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8월 6일 아시아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성인(만19~69세) 500명을 대상으로 패널조사를 진행한 결과, ‘금융회사 콜센터의 AI 상담 서비스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만족한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전체 21.6%에 그쳤다. 반면 ‘불만족’ 한다는 답변은 39.4%, ‘보통’이라는 답변은 39%를 차지했다.
김 지부장은 “단순한 업무가 아닌 말로 설명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은 결국 콜센터 상담사가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받는 짜증을 받아내는 것도 모두 상담사의 몫”이라며 “1인 하루 평균 상담 콜 수는 줄어도 한 콜 당 처리시간은 늘고 있어 업무 강도는 오히려 세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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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발언 진행하는 김현주 든든한콜센터지부 지부장. [사진= 노규호 기자] |
뒤이어 발언한 권자현 하나은행콜센터 아이비커리어지회 사무장은 “손님의 컴퓨터나 핸드폰에 장애가 발생하면 원격조치를 하거나 메뉴얼을 안내하는데, 해당 업무 전체가 용역회사 소속 상담원들에 돌아간다”며 “손님들의 불만 처리 전반을 용역업체 콜센터 상담사가 맡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2008년과 2021년에 실시한 콜센터 노동 실태조사를 비교하면 콜 상담업무의 전체 경력이 2008년에 약 40개월인 것에 비해 2021년에는 약 91개월로 크게 늘었다.
이를 두고 우새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이는 콜센터 상담업무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상담 노동자들의 숙련 향상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김 지부장은 “근속과 숙련도가 향상돼도 임금은 항상 그대로인 것이 현실”이라며 “4대 은행 직원 1인 평균 급여의 22%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4년 이상 근무하면 사실상 월급에 변화가 없다. 거기에 매번 원·하청 단기계약으로 고용불안을 겪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콜센터 원·하청이 모두 경제적 이익을 누리지만 실제 일을 하는 상담 노동자의 처우는 개선되지 못한다. 이는 낮은 단가로 콜센터를 운영하는 도급 구조가 원인”이라며 “현행 노동조합법에서는 노동조합이 원청과 용역회사가 고용관계상 사용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교섭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콜센터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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