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청구 가능 서류 제한...실행 효과 부족 우려
보험업계 지원에도 EMR업체 비용부담문제 ‘여전’
보험개발원 “많이 진척된 상태...갈등국면 아니야”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제도가 오는 10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잡음이 만만치 않다. 제도가 시행되면 앱을 통해 보험금 청구 및 서류 전송을 병원에 신청할 수 있다. 병원은 EMR 업체에 관련 자료를 보내고 EMR 업체가 보험금 청구 대행을 맡게 된다.
이를 두고 의료계와 전자의무기록(EMR)업계는 비용부담 문제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당국은 참여를 독려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나섰지만 관계기관에 협조를 구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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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속도. [사진= 연합뉴스] |
19일 관련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 달 25일부터 3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병원 등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된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요양기관(병·의원, 약국)이 보험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바로 전송할 수 있도록 전산화하는 제도다.
시행일은 코앞이지만 의료기관 현장에선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준비작업 관련 비용이 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유야무야 시간만 가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현재까지 전산화 참여를 확정한 요양기관은 3774곳으로 전체 48.9%이다. 다만 이들 가운데 내달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은 전체의 3.7%인 283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구 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참여율은 36.7% 수준이다.
해당 사안에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의료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행정부담 및 비용청구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를 적극 해명했다.
권 사무처장은 “병원은 청구대행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므로 행정부담이 없다”며 “보험금 청구 및 서류전송 요청은 병원이 아닌 소비자가 앱을 통해 직접 수행하고, 소비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가 요양기관에서 자동으로 보험사에 전송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전산 청구가 가능한 서류의 범위가 제한돼 실제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법에 따라 전산으로 청구할 수 있는 서류는 계산서, 영수증, 진료비 명세서, 처방전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해를 입었을 경우 보험회사에서 진단서 혹은 초진 진료 차트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아직은 전산화 시스템으로 처리가 어렵다”면서도 “도입이 한 달여 남은 시점인 만큼 앞으로 의료계가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나선다면 분명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EMR 업체들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국민 편의성 제고 목적을 위해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병원 연계 EMR 업체 54곳 중 35%인 19개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는 EMR 업체에 개발비로 유형당 1200만원 내외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확산비와 유지보수비에 대해서는 양 업계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메가경제의 취재 결과 몇몇 EMR 업체들은 실손보험 전산화 참여 여부에 “검토하는 중”이라고 답할 뿐 별다른 진행사항을 알리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의료계와의 갈등이 골이 깊어 시행착오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제부터 시스템이 교체 및 새로 구축돼야 하는 시기이기에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의료계와 금융계가 협의해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현재 진행상황을 단순한 갈등국면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비용 차원에서 EMR 업체와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위와 보험업계의 의지가 큰 만큼 시스템 구축 차원에서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 사무처장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정부, 의료계 및 보험업계가 이견을 조율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왔다”면서도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아쉬운 점이 있는 만큼 확산 노력을 더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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