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무비] 오다 노부나가와 태광 이호진, 2인자 발 리스크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3-04 17: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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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일대호걸과 촉망받던 청년 회장
심복 반격에 곤경에 빠진 고독한 1인자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1인자들이 믿었던 심복들의 배신으로 커다란 위기에 빠진 사례들이 드물지 않다. 일본 전국시대 시절 영웅 오다 노부나가가 그 전형적인 예다. 오랜 시련 끝에 경영 복귀를 계획하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도 이런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사무라이 시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주인공으로 일본 전국 시대의 통일 과정을 담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 드라마 6부작 '사무라이의 시대' [사진=넷플릭스]

 

왜곡된 사학관과 서양 특유의 사무라이 동경 등이 어우러져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히트한 다큐 드라마이다.

특히 오다 노부나가는 일개 작은 지방(오와리) 성주로 태어났지만, 시대를 거스르는 혁신적인 발상과 과감한 행동력으로 스루가, 미노, 오미, 다케다 등을 정복하며 전국 제패의 길을 열었다. 훗날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에도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 최강의 싸움꾼 시바타 가쓰이에, 문무겸비 아케치 미쓰히데 등을 수하 무장으로 둘 정도로 인재를 보는 안목도 대단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 통일을 목전에 두고 1582년 6월21일 일본 교토 혼노지에서 가장 신임했던 아케치 미쓰히데의 모반으로 사망한다. 미쓰히데가 왜 모반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 영역으로 남아있지만, 일설에는 오랫동안 오다 가문을 모셨지만 결국 추방 당한 하야시 히데사다 및 다키가와 가즈마스 사건 그리고 자신의 입지가 하시바 히데요시(훗날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바타 가쓰이에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일대를 풍미한 영웅 오다 노부나가의 사례는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과 교차점이 있다. 

 

◆ 이호진 회장, 출중한 경영능력으로 재계 굴지의 기업 일궈

이호진 전 회장은 일본 전국시대 당대의 호걸인 오다 노부나가처럼 젋은 시절 서울대 상대 학벌에 훤칠한 용모로 재계에서 촉망받는 청년 회장이었다.

 

이 전 회장은 2004년 42세의 나이에 회장에 취임하고, 2세대 대기업 경영자 중 새로운 업종 추가로 선대의 기업규모보다 몇 배를 키운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2011년 회사 자금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고, ‘황제보석’ 등 갖은 구설수 속에 2021년 만기 출소했다. 그는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본격적인 경영 복귀 시점을 고심하던 상황에서 옛 2인자 발 사법 리스크가 재발할 상황이다.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은 이 전 회장 부재시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틈이 관측된 것은 지난해 8월29일, 태광그룹이 인프라·레저 계열사 티시스를 시작으로 24개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이다. 

 

당시 김 전 의장은 티시스 대표를 겸임했는데, 감사 직전 해임됐다. 태광그룹은 내부 감사에서 김 전 의장의 비위행위가 포착된 것을 해임이유로 들었다.  

 

현재 검찰은 김 전 의장이 2014년말 태광관광개발(현 티시스) 대표를 지내면서 태광CC 골프장 클럽하우스 증축 등 골프장 공사비를 수십억원을 부풀려 김 전 의장이 대표로 있던 A건설에 지급하고 이를 지인 업체에 하도급업체에 줬다는 의혹을 수사 하고 있다.  


◆ 이호진 회장, 김치·와인 강매사건 등 사법리스크 피했지만


▲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사진=연합뉴스]

 


또한 김 전 의장은 2014년 4월~2016년 9월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티시스’에서 생산한 김치를 19개 계열사에게 비싸게 사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치 거래액은 95억원 상당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의장은 또 비슷한 시기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메르뱅’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계열사들이 사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와인 거래액은 46억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들이 구매하는 김치 단가를 시가보다 2~3배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면서 이 전 회장과 김 전 의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선 관련 재무 상황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게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혐의 없음 처분을 했고, 강매를 직접 지시했다고 조사된 김 전 의장에 대해서만 기소를 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나온 직후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고등법원까지 가서 승소했다. 반면 김 전 의장은 지난해 8월 그룹 내 감사에서 비위가 드러나 해임되고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태광그룹은 당시 “이 전 회장 경영 공백 시기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의 복귀를 준비 중인 태광이 총수의 심복이었던 김 전 의장을 사태의 책임자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게기됐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그룹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서 김치와 와인을 그룹 계열사에 강매한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의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총수 일가 회사가 부담해야 할 적자가 다른 계열사로 전가될 수 있는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동기가 총수 일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적자를 개선하려고도 한 점, 직접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김 전 의장 ‘토사구팽’ 의혹 속 김치·와인 강매 내막 수사기관에 알려

그러나 돌연 김 전 의장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이 전 회장의 개인 비위 정황이 담겼다’며 각종 내부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 첩보를 받은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이 전 회장의 자택과 개인 계좌 및 휴대전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과 계열사 등을 수차례 압수수색한 뒤 자금흐름을 짚어왔다. 지난달 20일엔 이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의장은 검찰에도 이를 알렸던 모양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말 태광그룹의 ‘계열사 김치·와인 강매 의혹’ 사건 관련, 김 전 의장의 요청에 따라 그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3월 이 전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김 전 실장이나 경영기획실이 이 전 회장 몰래 김치·와인을 거래할 동기를 생각하기 어렵다”며 “(김 전 의장이) 오히려 경과를 보고해 자신의 성과로 인정받으려 했을 것”이라며 이 전 회장에 불리한 판단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측은 "김 전 의장을 , 횡령·배임 그리고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라고 메가경제에 전했다. 태광그룹 측이 밝힌 김 전의장의 혐의들이란 김 전 의장이 골프장 공사비 부풀려 지인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평소 잘 알고 있던 부동산 개발시행사 A사의 대표이사로부터 자금 대출을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지난해 8월 그룹 계열사 2개 저축은행 대표이사에게 150억원 상당의 대출을 실행하도록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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