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CEO와 보수 격차 최대 10배 나기도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실적과 따로 가는 미등기 임원 총수인 박문덕 회장의 고액 보수 행진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메가경제 취재와 업계에 따르면 박문덕 회장이 경영에 책임을 지지 않는 미등기임원이지만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에 대한 최대주로서 확조한 지배력을 통해 고액 보수 수령을 이어나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한 1380억원, 순이익은 같은 기간 74.6% 감소한 183억원 매출은 2조 50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9%)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저조한 실적 가운데 미등기 임원인 박 회장의 보수는 반기 순이익의 26%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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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측 하단)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사진=하이트진로] |
하이트진로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박 회장은 급여 11억 1000만원과 상여 36억 2000만원 등을 포함해 총 47억 5000여만원을 수령했다.
반면 같은 시기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8% 하락한 506억원에 머물렀다. 박 회장의 전년도 보수는 약 44억 7000만원으로, 회사의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추락한 가운데 오너의 보수는 오히려 2억 8000여만원 오르는 역주행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심지어 하이트진로의 당기순이익은 더 크게 줄어 1년 전보다 76.1% 떨어진 184억원에 그쳤다. 박 회장이 이 시기 회사 순이익의 26%에 달하는 보수를 수령한 셈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그가 법적 책임이 없는 미등기 임원으로 회사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하기 어려워 고액 보수의 정당성 판단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박 회장이 경영 실적에 이바지한 대가라고 보기에도 하이트진로의 지난 2년간 영업이익률이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기에 충분한 설명이 되긴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0년에는 8.8%, 이어 2021년 7.9%, 2022년 7.6%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박문덕 회장은 앞서 2014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며 자진해서 미등기 임원이 됐다. 이를 통해 박 회장은 더 이상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회사 경영에 대한 법적 권한과 책임을 갖지 않는 상태다.
반면 법적 책임이 따르는 전문 최고경영인(CEO)인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7억 4000만원의 보수를 받아 박 회장과는 6.4배의 격차를 보였다.
이에 미등기 임원인 박 회장이 경영진 최고 의사결정자인 김 대표보다 과도하게 높은 급여를 받는다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회사 순이익의 4분의 1 이상을 보수로 수령한 점은 오너가 악화된 실적 속에 잇속 챙기기에 바빴다는 의혹으로도 이어졌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상장기업 임원 보수현황 조사'에 따르면 박 회장은 전년도인 지난 2022년에도 김 대표 보수 7억 4500만원의 9.6배인 71억 6600만원을 수령해 전문경영인과 보수격차가 가장 큰 총수에 뽑힌 바 있다.
박 회장과 김 대표의 막대한 급여 차이는 수년에 걸쳐 유지됐다. 하이트진로 순손실이 424억원던 지난 2019년에도 박 회장은 32억 6600만원을 수령해 김 대표 보수 7억 9149만원의 약 4배가량을 챙겼었다.
이듬해인 지난 2020년 박 회장은 53억 8000만원을 받아 김 대표 5억 8100만원의 10배 가까이 수령했다. 이어 2021년에도 박 회장은 회사 순이익 718억원의 약 10%인 71억 6200만원을 보수로 받아, 김 대표(7억 3600만원)와 10배 가량 보수 격차를 이어갔다.
업계는 하이트진로의 실적 악화가 지난해 하반기에도 이어진 만큼 박 회장의 보수 논란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당기순이익은 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1097억원에 비해 63.42% 급락한 수치다. 같은 시기 박 회장의 보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하이트진로 측에 따르면 박 회장의 지난해 보수 총액은 내달 중 발표 예정인 사업보고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박 회장이 미등기 임원임에도 전문경영인보다 유독 높은 보수를 챙길 수 있었던 데에는 하이트진로의 지배구조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룹의 주력 회사인 하이트진로는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가 50.86%, 박 회장이 2.59% 등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53.81% 지분을 보유해 확고한 지배력을 갖췄다.
또한 박 회장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9.5%를 가진 최대 주주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과 그의 친인척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은 무려 65.9%에 달해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등급 평가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지배구조 항목에서 'C'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이 회사는 같은 항목에서 지난 2021년에는 'B+', 2022년에는 'B'등급을 받아 2년 연속 지배구조와 관련해 등급 추락을 겪고 있다.
KCGS에 따르면 C 등급은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회계 마감도 되지 않은 시점으로, 박 회장의 지난해 상반기 이후 보수는 사업보고서가 나온 뒤 확인 가능하다"며 "임원 보수 책정 관련해서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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