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이슈]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1조원대 과징금 부과는 정당" 법원 판단 근거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12-04 19: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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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정명령 대부분 '적법' 판단…퀄컴 "즉각 상고"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다국적통신업체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업체 등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며 공정위가 부과한 1조원대 과징금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노태악 이정환 진상환 부장판사)는 4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2개 계열사(이하 퀄컴)가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 대해 퀄컴의 청구를 기각하고 공정위의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3년 가까이 심리한 끝에 이날 첫 판단을 내놓았다. 공정거래 사건은 다른 재판과 달리 서울고법이 1심 재판을 맡고, 대법원이 2심 재판을 맡는 2심제로 진행된다.


미국에 있는 퀄컴의 본사 퀄컴 인코포레이티드는 특허권 사업을,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 나머지 2개사는 이동통신용 모뎀칩셋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총 10개의 시정명령 가운데 2개 명령은 위법하고 나머지는 적법하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우선 퀄컴이 특허와 칩셋이라는 상품에 있어 '세계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었고 휴대전화 제조사들에는 거래상 우위에 있었다는 점과, 이런 지위를 남용해 칩셋사의 특허권 사용을 제한하고 휴대전화 제조사에 특허권 계약까지 맺도록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칩셋사에 타당성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거래상 우위를 남용해 휴대전화 제조사에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점도 인정된다"며 이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휴대전화 제조사에 끼워팔기식 계약을 요구하거나 실시료 등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거나 경쟁을 제한한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일방적으로 불균형한 계약이 이뤄졌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동통신산업 전후방 시장구조 개요. [자료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이동통신산업 전후방 시장구조 개요. [자료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재판부는 비록 일부 처분이 위법했다고 보긴 했지만, 공정위가 매긴 과징금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거나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인정되지 않은 행위는 앞서 인정된 행위의 효과가 반영된 구체적 내용에 불과하다"며 "인정된 행위를 토대로 산정한 과징금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7년 1월 20일 퀄컴 등이 자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 모뎀 칩셋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1조 311억 원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기술인 CDMA, WCDMA, LTE 등과 관련해 국제 표준화기구 ITU·ETSI 등에 ‘프랜드(FRAND)’ 확약을 선언한 표준필수특허(SEP) 보유자이자 동시에 모뎀칩셋을 제조·판매하는 수직통합 독과점 사업자로서 프랜드 확약을 어기고 부당한 행위를 실행했다”고 밝혔다.


프랜드 확약이란 SEP보유자가 특허이용자에게 공정하고(fair) 합리적이며(reasonable) 비차별적인(Non-Discriminatory)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보장하는 약속이다.



2008~2015년 전세계 모뎁칩셋 시장 점유율 변화. [자료출처= 공정거래위원회]
2008~2015년 전세계 모뎁칩셋 시장 점유율 변화. [자료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당시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판단한 내용을 보면, 우선, 퀄컴은 경쟁 모뎀칩셋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칩셋 제조?판매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에 대해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또한, 칩셋 공급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해 칩셋 공급을 볼모로 프랜드 확약을 우회해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행을 강제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퀄컴이 휴대폰사에게 포괄적 라이선스만을 제공하면서 정당한 대가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하는 한편, 휴대폰사 특허를 자신에게 무상 라이선스하게 하는 등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고 공정위는 봤다.


당시 공정위는 이같은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7차례 전원회의를 개최해 심층적인 검토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삼성전자·LG전자 뿐만 아니라 애플·인텔·엔비디아(이상 미국), 미디어텍(대만), 화웨이(중국), 에릭슨(스웨덴) 등 세계 각국 ICT 기업들이 심의에 참여하는 등 다각도로 쟁점을 심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특허 라이선스 시장과 칩셋 시장에서 독점력을 강화하고자 경쟁사인 칩셋 제조사에게는 라이선스를 거절하면서, 휴대폰사에게 일방적인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해 온 퀄컴의 부당한 비지니스 모델을 공정위가 최초로 시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휴대폰의 구조. [자료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휴대폰의 주요부품. [자료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퀄컴 등은 이같은 결정에 불복해 2017년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 및 집행 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집행 정지 신청은 기각됐으며, 이번 본안 소송에서도 퀄컴 등의 불복 청구가 상당 부분 기각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퀄컴 측은 이번 고법의 판결과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공정위가 부과한 1조원대 과징금이 정당한지는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공정위는 “판결문 송달 후 판결 내용을 분석해 향후 진행될 대법원 상고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판결 취지를 반영해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 점검을 철저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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