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의 과학단상]㊶ 포도주가 건강에 좋다?

김송호 / 기사승인 : 2022-06-06 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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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포도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사회적 품격을 나타내는 수단이면서 건강까지 챙겨주는 지위로 격상되었다. 전에는 취하기 위해 술을 과다하게 마시는 한국인의 음주 습관 때문에 포도주가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포도주를 고르고 마실 줄 알아야 행세(?)를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포도주를 판별하는 소믈리에가 각광을 받고, 비싼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사치가 아닌 고급 취미가 되었다.

그렇다면 포도주가 실제로 몸에 좋을까? 또 좋다면 그 근거가 무엇일까? 몇 년 전 타임지가 몸에 좋은 세계 10대 식품을 선정했는데, 그 중에 포도주가 포함되어 있었던 걸로 봐서, 포도주가 몸에 좋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은 토마토, 마늘, 녹차, 견과류, 귀리, 브로콜리, 연어, 머루, 시금치, 적포도주 등이었다. 여기 제시된 10대 식품 외에도 건강에 좋은 식품이야 많겠지만, 이들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포도주는 프랑스인과 이탈리아인이 육류와 동물성 지방을 비슷하게 섭취하는 다른 서양인들보다 심혈관 질환이 적은 이유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 포도주는 현대인의 가장 큰 사망 원인 중 하나인 심혈관 질환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론 포도주는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고, 포도주의 항산화 성분이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등 다른 여러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도주가 이처럼 건강에 좋은 이유는 포도 안에 들어 있는 카데킨, 탄닌, 리스베라트롤, 안토시아닌 같은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이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폴리페놀 성분은 포도의 씨, 껍질, 과육에 모두 들어있지만 과육보다는 씨와 껍질에 많다. 껍질과 씨를 없애고 만드는 백포도주가 적포도주만큼 심장질환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또 포도를 과일로 그냥 먹을 때는 대부분 씨와 껍질을 제거하고 과육만 먹는데, 이는 건강에 좋은 성분을 빼고 먹는 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포도를 그냥 먹거나, 백포도주를 만들어서 먹는 것보다는 씨와 껍질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등 유용한 성분을 충분히 추출해내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적포도주로 만들어서 먹는 게 건강에 좋다.

적포도주가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포도주도 술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적포도주도 과음하면 적포도주의 좋은 성분에 의한 효과보다는 알코올의 부작용에 의한 역효과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양을 마셔야 건강에 이로우면서도 알코올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을까? 하루에 150밀리리터, 즉 두 잔 정도를 식사를 하면서 마시는 게 좋다.

우리 인체는 뇌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물질도 쉽게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지만 알코올은 예외다. 알코올은 마시자마자 뇌 속으로 흡수된다. 이런 알코올의 특성 때문에 술을 마시면 불과 몇 분도 안 돼서 알코올이 뇌로 침투하고, 뇌기능을 좌지우지 하게 된다.

특히 알코올은 우리 뇌중에서도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사고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지게 만든다. 아울러 알코올을 자주 마시게 되면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알코올 중독 현상이 생기게 된다.

알코올은 그 성분 자체로 작용을 하지 술의 종류에 따라 다른 작용을 나타내지 않는다. 물론 술에는 알코올 외에도 다른 성분들이 있어서 인체에 다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막걸리, 버번, 스카치, 적포도주에는 첨가물이 들어있어서 마신 뒤 숙취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소주, 보드카, 위스키 등 증류주는 대체로 첨가물이 적어 숙취 등이 적은 편이다. 따라서 친구들과 어울려 많은 술을 마실 경우에는 적포도주를 마시는 것보다는 소주 등 (희석식) 증류주를 마시는 게 좋다.

[김송호 칼럼니스트]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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