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업계 대책 마련 중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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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투자저축은행 직원이 수개월간 8억원 가량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
저축은행업계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저축은행 직원이 수개월간 8억원 가량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저축은행 내부통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금융당국과 업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은 본사 위탁매매팀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수개월에 걸쳐 대출금 8억원 가량을 조금씩 빼돌린 사실을 확인하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해당 직원은 현재 휴직처리된 상태로, 같은 팀 내 또래 직원도 내부감사 2주 전 퇴사한 것으로 밝혀져 공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업계는 이 직원이 담당 부서에서 대출 승인이 떨어지면 금액을 조금씩 나눠 입금하는 업무를 하면서, 송금할 때마다 일부를 빼돌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선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할 것"이라며 "사고 접수를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내용을 더욱 살펴보는 중으로 가급적 빨리 정기검사를 나가서 횡령 사고 과정에서 내부 통제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자산규모가 업계 5위권인 대형 저축은행으로 올해 3분기 총자산 8조2354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은 238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에만 KB저축은행(94억원), 모아저축은행(54억원), 페퍼저축은행(3억원), OK저축은행(2억원) 등에서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경우처럼 주로 기업대출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횡령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KB저축은행에서 기업금융 담당 업무를 하던 직원은 고객 명의로 된 입출금 전표나 대출금송금요청서 등을 위조해 9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1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은행은 지난해 자체감사를 통해 횡령 사실을 파악했지만 해당 직원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여간 문서를 위조해 돈을 빼돌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7월 본점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고객 대출금과 수수료 등 3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해 즉각 면직 처리하고 경찰서에 고발했다. 해당 직원이 7년간 250차례나 횡령을 하는 동안 은행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수조사 지시 이후에야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파악했다.
모아저축은행 본점에서 근무했던 직원도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업용 대출금 58억9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직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이 은행에 약정 대출금을 요청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권에서 연이은 횡령사고가 발생하자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 중간 논의 결과'를 공개하고 지난 14일 6개 금융협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의견수렴 간담회를 개최해 업계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는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회사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담당임원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업계 참석자들은 내부통제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관련 임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방향에 공감의 뜻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업계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내부통제 최종 개선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는 금융권에서 횡령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며, "개인 일탈이 횡령사고의 주된 원인이지만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강화방안이 속히 마련되어 금융권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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